106호목차 Journal of the Korean Institute of Interior Design http://dx.doi.org/10.14774/JKIID.2014.23.5.058 Vol.23 No.5 Serial No.106 _ 2014. 10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5호 통권106호 _ 2014.1058 사라짐의 미학과 현대건축공간의 관계성에 관한 연구 * Study on Relationship between the Aesthetics of Disappearance and Contemporary Architectural Space Author 이미경 Lee, Mi-Kyung / 정회원, 동양미래대학교 실내디자인과 부교수 이영수 Lee, Young-Soo / 정회원,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공학박사 Abstract A desire to lightness of architecture has continued from the past to today. As Paul Virilio mentioned “The aesthetics of disappearance starts from a desire”, the desire of architecture to lightness assumes the connection to hidden dimension of everything over the freedom of materials when it is related to the aesthetics of disappearance. This study assumes that the lightness of an architecture today can be interpreted by means of the aesthetics of disappearance. The lightness of an architecture is a concept for the potential possibility of an architecture. Therefore, it is to analyze the relationship by connecting the features of the lightness which is obtained from the examples of the Cartier foundation of Jean Nouvel and Seattle central library of Rem Koolhaas to the aesthetics of disappearance, that is, the disappearance of the materials, disappearance of the subjects, disappearance of the meaning and disappearance of physical. Based on these, it is also to prove the influence of the aesthetic of disappearance on the architecture as a social phenomenon of technology today. Keywords 사라짐, 가벼움, 비물성, 탈신체, 무의미, 탈주체, 폴 비릴리오, 장 보들리야르, 장누벨, 렘콜하스 Disappearance, Lightness, Immateriality, Deviating from Body, Meaningless, Paul Virilio, Jean Baudrillard, Jean Nouvel, Rem Koolhaas 1. 서론 1.1. 연구의 배경과 목적 오늘날의 공간은 테크놀로지의 가속화와 함께 그 위 상은 추락하였고 의미 또한 축소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쉬뢰르(Markus Schroer)는 철도의 확산을 묵도한 하이네(Heinrich Heine)가 1843년에 말한 “공간이 죽고 시간만 남았다”고 말한 시점에서 공간의 지양 문제가 시 작되었다고 말한다. 본격적인 기술 사회가 도래한 시기 에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또한 공간적 거리가 줄 고 있음을 통해 자신의 사유를 출발시켰다. 오늘날 공간 소멸에 관한 논의는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비릴 리오(Paul Virilio), 바우만(Zygmunt Bauman)등으로 넘 어오면서 공간의 무게만 가벼워지는 것이 아닌 의식의 차원으로까지 확장되어 통찰된다. 이들은 공간의 소멸을 물질적 성질의 현실적 차원과 주체, 의미, 신체 등 의식  * 이 논문은 2012년도 홍익대학교 학술연구진흥비 지원에 의하여 연 구되었음. 적 성질의 잠재적 차원을 동시에 사라짐의 미학으로 성 찰한다.1) 한편 공간 소멸의 사유는 건축의 끊임없는 새로움의 추구와 맞물려 가벼움의 욕구로 이어진다. 건축의 이러 한 욕구는 사라짐의 미학과 연결될 때 질료적 자유로움 을 넘어 모든 것의 잠재적 차원으로까지 연결됨이 가정 된다. 본 연구는 오늘날 건축의 가벼움이 사라짐의 미학 으로 해석 가능함을 전제하였다. 건축의 가벼움이란 건 축의 잠재적 가능성을 지향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누벨 (Jean Nouvel)의 까르띠에재단이나 콜하스(Rem Koolhaas)의 시애틀중앙도서관 등의 사례들에서 지향하 는 잠재적 특징이 물질의 사라짐, 신체의 사라짐, 의미의 사라짐, 주체의 사라짐으로 분류 가능한 사라짐의 미학 1) 쉬뢰르와 하이데거의 공간 지양에 관한 언급은 다음의 저서 등에 나타났다. Markus Schroer, 공간·장소·경계, 정인모·배정희역, 에코 리브르, 서울, 2010, p.181 / Martin Heidegger, 강연과 논문, 이기 상외역, 이학사, 서울, 2008, pp.183-209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5호 통권106호 _ 2014.10 59 과 관계됨을 증명하고 그 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1.2. 연구 방법 및 범위 사라짐의 미학적 성찰은 비릴리오, 보드리야르, 바우만 등의 사고를 근간으로 하고 객관성 확보를 위해 베냐민 (Walter Benjamin), 밴험(Reyner Banham), 맥루한 (Marshall McLuhan), 누벨 등의 지원적 견해를 뒷받침하 였다. 사라짐의 미학에 관한 사유들을 근거로 그 현상들 을 추출한다. 추출된 사라짐의 미학적 현상과 건축에서 연결 가능한 사례들을 조사하여 관계성을 확보한다. 사라 짐의 미학과 연결 가능한 현대 건축 사례를 통해 특징들 을 분석함을 결론으로 제시한다. 사라짐의 원인이 속도라 는 이론적 배경을 근거로 논의하는 바 1900년 이후의 사 회 변화와 예술·건축의 영향을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2. 사라짐의 의미 성찰과 미학적 사유 사고(思考)는 곧 ‘보기’로부터 시작된다고 믿었던 플라 톤 기반으로 해석하면 사라짐은 곧 비가시성이다. 그러 나 ‘보기’가 기능적 과정을 넘어 좀 더 복잡하게 얽혀진 지적 요소들과 만나면 사라짐은 의식의 차원이 된다. 미 디어의 발달은 이러한 의식의 지각 구조에 커다란 영향 을 미치고 더욱 복잡한 차원으로 만들었다. 더 나아가 디지털 테크놀로지에서는 생리적 보기의 규칙은 완전히 해체되었고 시각을 벗어난 환영들은 더욱 복잡하고 미세 하게 사실화되어 현실로부터 사라지는 현상을 만들어내 었다. 즉 기술발달에 따라 의식의 지각구조가 복잡해질 수록 사라짐의 성찰은 불가피해진다. 사라짐의 성찰은 비릴리오나 보드리야르로부터 본격화되었다. 비릴리오는 사라짐을 연속적 시간의 흐름을 벗어난 상황, 사이의 시 간성2)이라고 말한다. 또 보드리야르는 “사라짐은 우리가 없는 세상(종말, 주체, 모든 것, 소실점 너머)이 어떠한지 를 알고 싶어 하는 욕구이며 세상에 현실성의 힘을 준 순간, 개념이 형성되는 순간 그리고 인간이 세상을 분석 하고 변형하고자하는 결심과 함께 사라짐은 시작된다.”3) 고 하였다. 이들의 성찰은 진화론적인 차원을 넘어 심리 학적인 의식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자동차의 동력사회로 부터 전자적 속도가 합류된 오늘날의 사회에서 사라짐은 의식의 관점에서 더욱 힘을 발휘한다. 2.1. 진화론적 사유와 사라짐 2) 폴 비릴리오는 순간 사라짐의 현상을 피크노렙시라는 의학용어를 사용한다. 피크노렙시는 영화에서 몽타주가 이에 속할 수 있다. Paul Virilio, 소멸의 미학_속도와 시간의 여행, 김경온역, 연세대학 교 출판부, 서울, 2008, p.9, p.28 3) Jean Baudrillard, 사라짐에 대하여, 하태환역, 민음사, 서울, 2012, p.15, p.27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Simulacre)의 세계에서 실재 성의 과잉으로 극단적 가능성에 이르게 되면 역설적으로 죽음을 없애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사라짐이 실현된다고 말한다. 이는 근원에서 종말로, 원인에서 결과로, 출현에 서 사라짐으로 바라보는 진화론적 성찰이다. 비릴리오 또 한 오늘날의 기술적 진화가 속도를 가속화 시켜 현실이 역설적으로 사라진다는 진화론적 관점을 내세운다. 진화 론적 사유에서 속도는 사라짐의 주요 원인이다. 비릴리오 는 현대 문명을 속도의 혁명이라 부르고 1차 혁명은 운송 수단의 진보, 2차 혁명은 통신기술의 가속화, 그리고 3차 혁명은 속도와 시간에 대한 지향이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지점으로 이식혁명 즉 인간의 신체와 기술을 구분 짖던 경계가 붕괴된 상황4)으로 사라짐의 결과를 예측한다. 비릴리오가 말하는 3차 혁명은 탈 신체로 연결된다. 기계를 신체 일부에 삽입함으로서 죽음을 초월하고자 하 는 욕구, 그리고 신체적 시각 범위를 벗어나 우주적 지 각을 확보하고자 하는 욕구 등은 탈 신체적 욕구의 실현 이라 할 수 있다. 진화론적 입장에서 탈 신체적 욕구는 전지전능함의 신체 확보이다. 이에 대해 메르쉬(Dieter Mersch)5)는 기계의 신체장악으로 인간의 직접적인 감각 이 쇠퇴하고 의지 없는 신체가 될 것을 예측하기도 하였 다. 반대로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6)를 통해 청각과 촉각을 중심으로 인간의 감각과 신체가 확장된다고 반격 하였다. 그로스(Elizabeth Grosz) 또한 오늘날의 속도가 제공하는 것은 몸의 대체가 아니라 몸의 증대7)라며 탈 신체의 긍정적 입장을 주장한다. 상반된 양측의 입장과 상관없이 이러한 신체의 욕구는 물리적 신체로부터 사라 지는 탈현실의 주체가 된다. 이것은 지면 안의 원근법을 벗어나며 앙각(仰角), 궤도적(trajective)지각이 가능해지 는 원격 조정의 신체이며 이는 신체의 지각범위를 초월 한 거대함과 미세함8)을 동반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편 사라짐의 원인으로서 속도는 시선이 튕겨버리는 표피적 공간과도 연결된다. 증기기관차로부터 현재의 통 신 속도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거리는 좁혀지고 공간은 사라져 갔다. 거리가 없는 사회는 시간 차가 없이 동시적이어서 장소는 사라지고 깊이 없는 표 피적 공간이 된다. 이는 시선이 통과 가능한 거리를 가 4) 신성환, 폴비릴리오의 전쟁론과 시각 테크놀로지의 상관성, 영남대 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인문연구66, 2012.12, p.258 5) Dieter Mersch, 매체이론, 문화학연구회역, 연세대학교 출판부, 서 울, 2009, p.188 6) Marshall Mcluhan, 미디어의 이해, 박정규역, 커뮤니케이션북스, 서울, 1999 7) Elizabeth Grosz, 건축 그 바깥에서, 강소영외역, 그린비, 서울, 2012, p.43 8) 장 누벨은 속도의 발달은 한없이 거대한 기계 괴물 속으로 사라지 기와 동시에 한없이 작은 것 속으로 사라지기의 현상을 낳게 된다 고 하였다. Paul Virilio, 시각 저 끝 너머의 예술, 이정하역, 열화 당, 경기, 2008, p.8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5호 통권106호 _ 2014.1060 <그림 3> 사라짐의 미학적 특징 진 시각적 공간과는 다른 공간으로, 장소는 왜곡되며 의 미의 생산 없이 객관적 현실을 사라지게 한다. 따라서 진화론적 입장에서 공간은 표피적이며 무의미화 되는 것 이다. 반면 표피적 공간을 사라짐이 아닌 오히려 분리되 었던 장소들끼리 상호 접근 가능해진, 그리하여 공간이 비로소 생겨난다고 보는 사회학적 관점이 있다. 사회학 적 관점에서 미디어 기술은 부가적 공간을 열어주고 만 들어 내므로 지속적으로 공간이 오히려 생산9)된다는 것 이다. 따라서 사회학적 관점은 사라짐을 다루는 본 논문 의 취지와는 다른 입장이므로 논의에서 제외하였다. <그림 1> 진화론적 사유에서의 사라짐 이상의 문헌을 살펴본 결과 사라짐의 미학적 성찰로 서 진화론적 사유는 물질의 사라짐, 신체성의 사라짐, 의 미의 사라짐의 유형으로 정리된다. 2.2. 심리학적 성찰과 사라짐 보드리야르는 현실의 미장아빔을 넘어 의식의 사라짐, 즉 심리학적 관점에서 사라짐을 사유한다. 그는 사라짐 을 소멸의 최종차원이 아니라 의식이 널리 편재한, 그럼 으로써 주체가 무한히 분할된 차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 말한다. 즉 사라짐이란 사물의 가상변형이나 현실의 미장아빔이 아닌 의식이 연쇄적으로 분쇄되어 주체는 분 산되고 연속이 부재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속도로 인한 현실의 과잉이 주체 분할 의 원인이라 말한다. 즉 현실이 극에 달하게 되면 반대 로 현실과 재현, 실재와 가상, 주체와 객체의 대립 항이 구별되지 않는 내파(Implosion)의 상태가 되며 이때 실 재는 완전히 사라지고 주체는 도리어 무한히 분할된다는 것이다. 의식이 분할된 주체는 역사로부터 떨어져 나오 게 되며 끊임없이 생성되는 세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변 이함으로 자체가 제거된 주체가 된다. 이는 주체의 죽음 이 아니라 새로운 주체의 양태화10)로서 각각의 모나드들 로 분산되고 편집되는 주체로서 사라짐이 반복된다. 이 9) Markus Schroer, op. cit., p.182 10) 장용순, 현대건축의 철학적 모험3, 미메시스, 경기, 2011, pp.115-116 상의 문헌을 살펴 본 결과 심리학적 사유는 주체의 사라 짐 유형으로 정리된다. <그림 2> 심리학적 성찰에서의 사라짐 이상의 이론적 근거들을 정리하면 진화론적 입장과 심리학적 입장은 서로 상반 개념이 아니며 심리학적 사 유의 계기가 진화론적 성찰에 기인한다는 점을 알 수 있 다. 이들을 종합해 보면 사라짐의 미학은 탈현실·가상 등과 관련하는 물 질의 사라짐, 탈 신체·신체 확장과 관련하는 신체성의 사라짐, 표피화와 관련되는 의미의 사라짐, 주체의 유 동성·탈 주체와 관 련되는 주체의 사라짐 등의 특징으로 정리될 수 있다. 3. 기술 발달에 따른 예술과 건축의 변화 기술발달의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은 예술·미학·건축 등의 변화가 속도를 원인으로 하는 사라짐의 미학과 관 계함을 전제로 하였을 때 이 시기에 나타난 예술과 건축 의 특징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발달의 시기는 증기기관차의 발명과 더불어 생겨난 동력기술, 대량생산 체제가 형성된 소비시대, 인터넷 네트워크가 탄생한 디 지털시대까지 연결 지어 특징들을 분석하였다. 3.1. 형태의 파편화와 탈 질료 증기기관차의 발명으로 사물 인지에 대한 변화를 겪은 후 풍경을 파편화하기 시작한 큐비즘과 미래파는 형태 안에 시간 이미지들을 결합시킴으로서 기존의 신화적 질 서를 해체하고자 하였다. 피카소(Pablo Picasso)와 보치 오니(Umberto Boccioni)의 회화에서 보여지 듯 분해된 형태와 색 면들의 과감한 부딪힘은 기술 속도가 만들어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5호 통권106호 _ 2014.10 61 <그림 7, 8> ①말레비치, 하양 위의 하양, 1918, ②김아타, 온에어시리스, 타임스퀘어, 2005 <그림 9> NOX, D Tower, Netherlands, 2005 내는 풍경을 그대로 수용함으로서 질료 덩어리들을 사라 지게 하였다. 움직임의 궤적과 파편화된 면들은 속도의 힘이 만들어내는 탈 질료를 통해 가벼움을 실현하고 물 리적 사라짐의 징후를 보인다. <그림 4, 5, 6> ①피카소 L'Aficionado, ②보치오니, 마음의 상태, 1911, ③Josef Chochol, Hodek Apartment 큐비즘과 미래파 회화의 시간성 표현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의식이 생기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건축은 1912년 살롱 드 톤느에 출품된 <큐비스트의 집> 처럼 의도적인 형태 왜곡이 특징으로 나타났다. 건축에서의 이러한 파편화된 형태 왜곡은 큐비즘, 미래파의 회화가 시간성의 본질을 고민한 것과 달리 입방체의 집적과 변 환을 통한 장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기존 장식의 물성을 벗어나고자 한 특징은 분명하다. 속도에 대한 이상적 추구는 러시아의 말레비치 (Kazimir Malevich)가 이끄는 절대주의에서도 나타났다. 형태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 속도로 서 구상적 재현의 흔적을 모두 제거하고자 하였다. 모든 형태와 색을 ‘무’로 인식하는 순수 추상은 오히려 자율적 이며 운동성을 가진다고 보았다. 극단적 속도를 통해 모 든 살아있는 것 을 사라지게 하 고자 했던 김아 타의 작업 또한 같은 맥락으로 연결할 수 있다. 그의 온에어 시 리즈 <타임스퀘 어>는 8시간의 카메라 노출을 통해 움직이는 피사체들을 모두 사라져버 리게 하고 에너지의 흔적만 남게 함으로서 속도와 사라 짐의 관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극단적 속도로 인한 사라 짐이 보드리야르가 말하는 ‘내파현상’이다. 인터넷 정보 통신망의 발달은 무게를 가지지 않는 것 들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NOX의 D-Tower는 주민들이 자신의 감정을 웹사이트를 통해 입력을 하면 타원의 색이 변하도록 설계된 인터페이스 조형물로 질료적 특성에서 벗어나 사건을 만들어 내는 도시 네트워크의 구현 사례이다. 리오타르(Jean Francois Lyotard)가 비물질을 가능성의 상태11)라고 하였듯 이러 한 네트워크의 구현은 도시에 새로운 사건을 발생시키는 잠 재적 특성을 갖게 된다. 3.2. 궤도적 지각과 탈 원근 1900년대 동력시대에서 건축은 기계의 속도감과 역동성 의 표현을 통해 새로운 이상 세계에 대한 열망을 실천하 고자 하였다. 산텔리아(Antonio Sant’Elia)의 스케치에 나 타난 기계 도시 모습은 고전적 형태미가 아닌 기계적 속 도의 사회가 가지는 복잡성과 거대함의 미학을 수용함으 로서 원근법적 지각을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페브 스너(Nikolaus Pevsner)는 이러한 미래파 건축을 공상적이 며 환상적인 표현주의의 변형12)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밴 험은 전통미학을 벗어난 기계미학의 탈 원근적 인식 전환 으로 새로운 도시환경을 제시하였다13)고 대응한다. 페브스 너의 주장대로 마르키(Virgilio Marchi)와 같은 후기 미래 파 건축이 SF적 표현주의 성향을 부인할 수 없으나 기계 의 속도를 통해 원근법적 신체지각으로부터 벗어나 우주 적 지각이 등장하게 된 계기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림 10, 11, 12> ①산텔리아, Citta Nuova, 1914, ②마르키, Citta' fantastica, 1919 ③젝슨 폴락의 작업 모습 이후 카메라의 등장과 인터넷 통신망의 원격 현시는 인간의 수평적 시각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 신체로부터 분리되는 지각을 얻게 된다. 오늘날 중심 없는 도시 구 축은 인터넷 기술에 의한 원격 통신과 인포메이션 네트 워크에 의해 생성되고 사라진다. 비릴리오가 말한 원격 현시가 물리적 현시를 대체하게 된 것이다. 그는 폴록 (Jackson Pollock)을 원격현시를 실행했던 최초의 화가 라 칭하고 폴록이 캔버스를 이젤이 아닌 바닥에 내려놓 음으로서 생긴 앙각이 서구문화의 지각사에 일대 혼란을 일으켰다고 하였다. 이러한 앙각은 인터넷 통신망에 의 해 완전히 소실점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으며 객관적 시 11) Jean Francois Lyotard, 지식인의 종언, 이현복역, 문예출판, 서울, 1993 12) Nikolaus Pevsner, Pioneers of Modern Design, Yale Univ Pr, New Haven, Conn., 2005, pp.37-39 13) Reyner Banham, 제1기계시대의 이론과 디자인, 윤재희 역, 세진 사, 서울, 1997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5호 통권106호 _ 2014.1062 각의 확대 뿐 아니라 역사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주체의 잠재적 사라짐을 실현한다. 누벨은 이를 희생의 미학14)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신체의 사라짐으로 인 한 주체의 무한한 잠재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3.3. 공간 압축과 무의미 무선의 공급과 대량생산 체계가 형성된 1950년대 기술 발달은 단순한 동력기술이 아닌 생물학, 심리학, 생태학 등의 과학과 기술이 합쳐지면서 생산체계 혁신과 더불어 대중에게 넓게 확장된 시기이다. 당시에는 텔레비전, 라 디오, 광고 등의 폭발적인 정보가 생산되면서 팝문화라는 새로운 사회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팝문화는 그동안의 예 술작품의 위상을 전복시키며 뒤샹(Marcel Duchamp)과 워홀(Andy Warhol)의 작품 등을 빌어 초미학의 범주로 전환되는데 이는 현실풍자와 위트, 쓰이고 사라지는 소비 개념, 원본성의 부정 등으로 특징이 나타났다. 보드리야 르가 말하는‘예술의 내파 상태’인 것이다. 팝문화의 영향을 받은 아키그램(Archigram)은 모더니 즘 건축이 지향하는 구축에 대한 비판과 풍자, 그리고 건축의 소비성에 주목하였다. 이들에게 건축은 소비되어 사라지는 것으로 고정되지도 않으며 유일하지도 않은 무 의미한 것이다. 오직 행위자들 즉 소비하는 사람들에 의 해 그때마다 일어나는 사건들이 곧 건축이 된다. 쿡 (Peter Cook)의 플러그 인 시티(Plug in City)와 인스턴 트 시티(Instant City)는 고정된 장소나 의미가 아닌 그 때마다 다른 해석에 의한 체험으로서 내러티브가 없이 스펙터클이 강화15)된 건축 특성을 보이고 있다. 쓰이고 <그림 13, 14> ①walking city, Archigram, 1964, ② 피터 쿡, 인스턴트시티, 1968 버려지는 건축의 일회성과 행위에 의해 무의미해지거나 다시 생성되기도 하는 소비 건축은 무의미와 무가치를 지향하는 사라짐의 미학으로 해석된다. 소비건축과 함께 밴험이 집중한 자동차의 질주미학 또 한 무의미의 건축 실험과 연결된다. 속도의 경관을 최초 로 시도한 라르띠끄(Jacques Lartigue)의 사진처럼 고정 된 원근법적 시선이 아닌 자동차의 움직이는 시선으로 변모된 이미지 미학은 건축의 스크린화를 제시하게 되었 다. 사리넨(Eero Saarinen)은 제너럴 모터스 기술센터를 14) Jean Baudrillard,·Jean Nouvel, 특이한 대상_건축과 철학, 배영달 역, 동문선, 서울, 2003, p.57 15) 심혜련, 사이버스페이스 시대의 미학, 살림, 경기, 2011, p.80 통해 건축이 건축가의 고정된 시선이 아닌 자동차 속도 로 이동하는 운전자의 시선에 감지될 수 있는 거대규모 의 강렬한 미학에 근거해야 한다16)고 말하였다. 벤트리 (Robert Venturi)가 공간적 인지 보다는 속도의 시각적 이미지의 중요성을 통해 건축을 스크린화 하고 이미지의 쾌락성을 강조한 것과 동일하다. 표피화 된 건축은 공간 의 깊이보다는 소비사회의 쾌락성과 스펙터클 건축으로 서 무의미를 지향한다. <그림 15, 16, 17> ①Jacques H. Lartigue, 자동차여행, 1913, ②Eero Saarinen, General Motors Technical Center, Michigan, 1956, ③Studies of Billboards, Venturi Architects, Philadelphia, 1968 교통과 통신의 발달을 통해 얻어진 도시 간 접근 방식 은 더 이상 관문이나 단속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양 한 전자장치들을 통해 통과의례는 자연스러운 행위의 일 부가 되었다. 거대화된 도시 간 접근은 전자적 표피를 통해 인터페이스로 접근되고 있으며 길과 건축물의 내러 티브는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러한 도시의 네트워크에 대 해 비릴리오는 구축된 공간 조직에 의해 짜여 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 불가능한 시간의 계획이 만들어내는 연속체 로 짜여 지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림 18, 19, 20> 영화 매트릭스의 공간적 표피와 시간과 장소가 혼합된 할리우드의 표피화 된 공간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여주었던 시간표상의 공간적 표피 들이 열리고 닫히는 관문은 오늘날 도시의 볼륨 없는 표 피를 대변한다. 거리의 차이는 모호해지고 객관적 경계 가 무시된 도시의 모습은 오늘날의 도시 네트워크와 일 치한다. 비릴리오는 이러한 인터페이스 공간에 대해 미 국의 할리우드를 언급하였는데 그는 할리우드가 영화 속 가상의 세계를 거리 곳곳에 하나씩 만들어 나가며 형성 시킨 허구의 바벨론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오늘날 도시 의 무의미한 표피성이 필수적임을 예견하였다. 3.4. 주체의 분할과 공간의 불확정성 1950년 이후 카메라, 인쇄술의 발달 등을 통해 베냐민 은 파편적으로 꼴라주 되는 소비사회를 영화의 몽타주 16) 박혜천, 인터페이스연대기, 디자인플럭스, 서울, 2009, p.72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5호 통권106호 _ 2014.10 63 <그림 23 ,24, 25> ①Giambattista Nolli의 로마 지도 ②애플사의 사이트 ③크리스토퍼 놀란, 인셉션, 2010 <그림 21, 22> ①전함포템킨, 에이젠슈타인, 1925, ②베르나르 추미, 맨하탄 트랜스크립트, 1981 <그림 27> Jean Nouvel, Cartier Foundation, Paris, 1997 이론으로 연결17) 시켰다. 디지털 이미지의 복제 대상은 매번 조 작과 변형을 통 해 다른 모습으 로 전환되어 스 스로 실재가 되 며 주체는 분산된다. 영화 <전함 포템킨>에서 오데사 계단 학살의 장면들이 충돌하면서 복제가 아닌 전혀 새 로운 실재가 되는 것처럼 원본이 사라진 몽타주는 주체 를 분산시키고 불확정한 실제들을 생성했다. 베르나르 추미 또한 이러한 몽타주 개념을 이용하여 건축의 장소, 역사, 맥락들을 해체하고 다양한 장르의 텍스트들을 중 첩, 충돌시킴으로서 블 확정한 공간을 만들어 내고자 하 였다. 1989년 버너스 리(Tim Berners Lee)가 제시한 월드 와이드 웹의 탄생은 지금까지의 미디어와는 전혀 다른 세계적 네트워크의 집합체로서 디지털의 폭발적 발전을 이끌었다. 기계적 속도는 디지털 속도로 변환되면서 물 질의 한계를 벗어나 공간적 점프가 가능해지고 지면의 공간적 접근은 표피적으로 인터페이스 역할을 담당하였 다. 1960년 린치(Kevin Lynch)가 제시한 5개의 도시이미 지18)와 다르게 인터넷 가상도시의 교차점은 모든 것이 랜드마크이며 무한적 점프가 가능해 졌다. 이렇게 구현 된 가상 도시에서 주체는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유동 하게 된다. 인터넷 도시처럼 영화 <인셉션>에서도 고정 된 주체와 공간은 없다. 현실과 환상이 끊임없이 열리고 닫히면서 공간적이기 보다는 서로 다른 시간들이 공간적 으로 배열되어 생겨나고 사라짐을 반복한다. 주인공의 기억 속에 잠재된 각각의 세계는 개별화되어 점프가 가 능하고 시간의 파편 속에 머문다. 이때 공간 또한 움직 이는 주체를 수용하기 위해 함께 유동하게 된다. 모든 변화의 궤적을 담는 이러한 유동성의 공간은 형태를 갖 17) Walter Benjamin,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최성만역, 길, 서울, 2012, p.47 18) 도시이미지의 5개 요소:Path, Edge, District, Node, Landscape Lynch, Kevin, The image of the city, MIT Press, Cambridge, MA., 1960 지 못한 채 변이 현상들을 계속 받아들이게 된다. 4. 사라짐 미학과 현대건축공간의 관계성 분석 건축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한 건축가들의 노력은 과거 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첨단 기술의 발달은 건축의 이러한 욕구를 더욱 다양하게 실험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누벨은 질료를 사라지게 하고 비 물질화 되는 것이야말로 건축이 제 것으로 삼아 야할 개념이라고 주장하였다.19) 세지마 또한 투명함이 물 리적 차원을 넘어 건축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확보20)하는 방법임을 언급하였다. 이러한 건축가들의 사고가 사라짐 의 미학과 관계함이 본 연구의 목적인 바 2장과 3장에서 조사된 내용을 통해 건축과 사라짐의 미학의 관계 요소를 추출하였으며 이를 분석의 틀로 이용하고자 한다. <그림 26> 건축공간과 사라짐의 미학의 관련성 요소 분석 4.1. 물질의 사라짐과 비 물질의 잠재성 장 누벨의 카르띠에 재단 빌딩은 유리의 이중 외피를 사용하여 물질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건축가의 욕구가 반영되었다. 건축 외피에 사용된 투명한 이중성은 흐르 는 시간과 지나가는 행인들이 중첩, 반사되면서 끊임없 이 실재들을 탈바꿈한다. 건축의 형태는 유리의 이중 반 사에 의해 탈 질료화 되고 주변의 실상과 허상이 뒤섞이 는 과정에서 현실로부터 벗어난 가상 세계가 구현되며 사라짐의 미학과 건축의 관계 요소 안에 들어온다. 19) Jean Baudrillard,·Jean Nouvel, op. cit., p.19 20) EL Croquis S.L, Sanna:액체놀이터-대화의 파편들, EL Croquis 121/122호, 2008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5호 통권106호 _ 2014.1064 피터 쿡의 쿤스트하우스 그라츠는 문어 빨판 같은 9개 의 채광창과 600개의 형광등으로 이루어진 미디어 표면을 가진 작품이다. 50분마다 내는 초저음의 진동소리와 시간 마다 달라지는 미디어 정보는 방문자 간의 예측할 수 없는 유희와 커뮤니케이션을 확보한다. 유네스코 유산인 그라츠 지역의 역사성 보존이라는 무게를 벗은 무의미한 형태감과 매끈한 미디어 외피는 끊임없이 새로운 현실을 생성해 내 며 사라짐의 미학과 건축의 관계 요소 안에 들어온다. <그림 28> Peter Cook & Colin Fournier, Kunsthaus Graz, Austria, 2003 사라짐의 미학에서 물질의 사라짐은 탈 질료, 탈 형 태, 탈 재현의 관계 요소의 공통점을 가지며 실재가 끊 임없이 생성되는 잠재적 사건을 만든다. 4.2. 신체성의 사라짐과 원격 지각성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건축 프로세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디지털 프로그램은 신체적 지각능력을 넘어 우 주적 시점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건축은 신체성이 초월된 스펙터클 한 낯선 건축 형태들을 가지 게 되었다. 탈신체한 원격 지각을 이용한 건축은 디자인 과정에서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뉜다. 건축가의 사고와 디 지털 프로그램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공간의 우연성을 강조하는 입장과 제시된 텍스트들이 수학적 알고리즘에 따라 모핑(morphing)되면서 얻어지는 공간의 우연성을 다루는 입장으로 구분된다. 전자의 경우 건축가 사고와 이용자의 다양한 경험들이 결합되면서 발생되는 사건을 중요하게 다루게 되는데, 카티아 프로그램을 이용한 게 리(Frank Gehry)구겐하임 미술관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림 29> Frank Gehry, guggenheim bilbao museum, 1997 후자의 경우 린(Greg Lynn)의 작업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대상이 가져갈 텍스트들과 알고리즘이 모핑 되어 얻어지는 형상들이 건축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서 입력되는 데이터가 바뀔 때마다 건축은 지속적으로 변형 가능한 생물학적 기반이 된다. 그의 작품 ‘발생학적 주택(embryological house)’은 이러한 방법으로 진행된 건축 실험으로서 건축가가 제외되고 전적으로 프로그램 에 의지하는 원격 현시의 대표적 사례이다. <그림 30> Greg Lynn, embryological house 위 두 가지의 사례 모두 탈 원근과 궤도적 지각, 거대 함의 특징을 통해 사라짐의 미학과 건축의 관계 요소에 합류한다. 사라짐의 미학에서 신체성의 사라짐은 거대함 과 미세함, 탈 원근법, 우주적 지각의 관계 요소의 공통 점을 가지며 우연한 공간이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잠재적 사건을 만든다. 4.3. 의미의 사라짐과 표피적 접근성 렘콜하스는 ‘정신착란증의 뉴욕’을 통해 도시의 혼돈을 인정하고 현대도시의 불확정성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도시의 질서를 논의하였다. 그는 도시의 거대함과 팽창 이 기존 건축의 조형성, 윤리, 전통들과는 관계없이 공존 함을 긍정함으로서 아이러니하게 벤트리의 사고를 인정 한다.21) 그는 과밀함 속에 시간의 틈들이 쪼개지고 이 사이에서 발생되는 우연한 접근들이 표피화되어 인터페 이스로서 작동하게 됨을 사고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 것은 건축적이지 않으며 정체성에 도전하고 일시적인 것 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의 작품 Conrexpo를 포함한 Euralille Masterplan은 그의 이러한 건축 사고를 그대로 반영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작업 들은 석탄과 철강, 섬유산업의 작은 도시를 유럽과 연결 함으로서 문화의 목적지로 탈바꿈한 시도이다. 이것은 건축이라기보다는 거대화 된 도시의 인터페이스로서 역 할을 가진다. 호텔, 쇼핑몰, 전시장, 콘서트홀 등이 뒤섞 인 표피들은 어디든지 연결이 가능한 도시의 축소판이자 관문이다. 이것은 거리와 공간의 압축, 표피화, 무의미로 서 사라짐의 미학과 건축의 관계 요소 안에 들어온다. <그림 31> Euralille Masterplan, Rem Koolhaas, Lille, France, 1994 UN Studio의 갤러리아 백화점은 디지털 매체를 이용 해 기존 건축의 물리적 구조로부터 벗어나 표피적 접근 성을 드러내었다. 4,330개의 LED들은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다양한 정보와 이미지를 시시각각 다르게 제공함으 로서 주변 환경의 맥락으로부터 벗어난다. 프로그램에 21) Rem Koolhaas, CA Press, 서울, 2006, p.15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5호 통권106호 _ 2014.10 65 <그림 35> SANAA의 Rolex Learning Center, Swiss, 2010 <그림 33> 시애틀 중앙도서관, 램쿨하스 의해 짜인 표피는 시간에 따라 예술 작품으로 혹은 정보 제공으로 일회적 성질을 가진다. 시간표에 의해 공간적 표피들이 드러났다 사라지고 또다시 새로운 공간이 생성 되는 건축으로서 압축된 공간과 무의미를 지향함으로서 사라짐의 미학과 건축의 관계 요소 안에 들어온다. <그림 32> UN Studio, 갤러리아백화점, Seoul, 2003 사라짐의 미학에서 의미의 사라짐은 무의미와 공간의 압축, 표피화의 관계 요소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시간이 압축된 수많은 대상들은 표피적으로 사라지지만 각각의 실체들은 오히려 무수한 가능성을 가진 채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잠재적 사건을 만든다. 4.4. 주체의 사라짐과 공간의 불확정성 렘콜하스의 시애틀 중앙 도서관은 고정된 주체도 없고 공간도 끊임없이 유동한다. 본부, 서고, 사무실, 회의실, 주차장의 다섯 플랫폼에 네 개의 클러스터(사람, 거실, 혼합 챔버, 열람실)들이 애매하게 끼워져 유동 하는 사이 공간으로 작동한다. 열 려있는 네 개의 클러스터들은 이용 자의 유기적 접근과 공간적 점프가 가능해진다. 즉 기능은 고정되지 않은 채 이용자들의 행위에 의해 역할이 비로소 생겨나게 된다. <그림 34> 렘쿨하스의 시애틀중앙도서관 개념도 또한, 애매한 층간의 중첩과 오픈된 기능들은 이용자 의 시선과 응시를22) 뒤바꾸는 주체로서 불확정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분산된 주체와 유동하는 불확정적 공간, 탈 중심성의 특징은 사라짐의 미학과 건축의 관계 요소 안에 들어온다. SANAA의 Rolex Learning Center 또한 식당, 도서 관, 사무실, 전시 등 각기 다른 프로그램들을 분리시키지 22) 이미경, 사건과 건축공간의 관계성 비교 연구, 한국실내디자인학회 논문집 제22권 1호(통권 96호), 2013. 2, p.141 않고 열린 공간에서 새로운 활동이 촉발되도록 계획되었 다. 공간은 언덕과 계곡으로 이루어져 각 프로그램 간의 거리를 좁히거나 넓힌다. 사용자들은 구불거리는 열린 공간에서 프로그램들을 자율적으로 이용한다. 열려있는 서로 다른 프로그램들은 자연스럽게 충돌되고 새로운 관 계를 형성한다. 공간은 잠재적으로 실재할 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사용자는 이러한 잠재적 공간에서 불확정 한 주체가 되는 특징으로서 사라짐의 미학과 건축의 관 계 요소 안에 들어온다. 사라짐의 미학에서 주체의 사라짐은 탈 중심성, 주체 의 분할, 주체와 공간의 불확정성, 연속의 부재 등의 관 계 요소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분산된 주체와 유동하는 공간적 특징은 끊임없이 떠돌면서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잠재적 사건을 만든다. 5. 결론 본 연구는 실재와 가상의 문제가 아닌 현실적인 것과 잠재된 것의 문제를 촉진하는 사라짐의 미학이 건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전재로 관계성과 특징을 분석한 것이다. 사라짐의 미학적 특징은 탈현실·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물질의 사라짐, 탈 신체와 신체의 확장을 동반하는 신체성의 사라짐, 탈 공간·표피화의 현상과 관 계하는 의미의 사라짐, 탈 주체와 유동성을 가진 주체의 사라짐으로 분리할 수 있다. 사라짐의 미학 4가지 특성 은 기술발달과 더불어 건축의 현상에 영향을 미쳤으며 형태의 파편화와 탈 질료, 궤도적 지각과 탈 원근, 공간 의 압축과 무의미, 주체의 분할과 불확정성으로 특징지 어질 수 있다. 사라짐의 미학과 현대건축공간의 관계성 과 특징은 다음과 같이 확인되었다. 첫째, 모든 물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욕구로 서 물질의 사라짐과 현대건축공간은 탈 질료, 탈 형태, 탈 재현의 관계 요소의 공통점을 가지며 이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생성시킴으로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주는 무한 한 잠재적 성격을 지닌다. 둘째, 원근법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 고자 하는 욕구로서 신체성의 사라짐과 현대건축공간은 거 대함과 미세함, 탈 원근법, 우주적 지각의 관계 요소의 공 통점을 가지며 인간의 신체를 넘어섬으로서 예측 불가능의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5호 통권106호 _ 2014.1066 우연 공간을 끊임없이 생성시키는 잠재적 성격을 지닌다. 셋째, 공간적 거리, 역사로부터 떨어져 나오고자 하는 욕구로서 의미의 사라짐과 현대건축공간은 무의미와 공 간의 압축, 표피화의 관계 요소에서 공통점을 가지며 이 는 시간이 압축된 수많은 대상들이 표피적으로 사라지지 만 각각의 실체들은 오히려 무수한 가능성을 가진 채 지 속적으로 생성되는 잠재적 성격을 지닌다. 넷째, 파편화되고 유동하는 주체와 끊임없이 공간을 바꾸는 불확정성의 욕구로서 주체의 사라짐은 탈중심성, 주체의 분할, 모나드적 주체와 공간, 연속의 부재 등의 관계 요소에서 공통점을 가지며 이는 수많은 서로 다른 시간들의 잠재된 주체와 사건들이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공간적으로 재배열되는 잠재적 성격을 지닌다. 이상의 결론을 통해 사라짐의 미학은 현대 건축과 물 질의 사라짐, 신체성의 사라짐, 의미의 사라짐, 주체의 사라짐을 통해 관계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특 성 분석 결과 건축은 잠재성의 차원으로 사라짐을 실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참고문헌 1. 박혜천, 인터페이스연대기, 디자인플럭스, 서울, 2009 2. 심혜련, 사이버스페이스 시대의 미학, 살림, 경기, 2011 3. 장용순, 현대건축의 철학적 모험-03, 미메시스, 경기, 20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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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Croquis S.L., Sanna:액체놀이터-대화의 파편들, EL Croquis 121/122호, 2008 22. Rem Koolhaas, CA Press, 서울, 2006 [논문접수 : 2014 08. 18] [1차 심사 : 2014. 09. 17] [2차 심사 : 2014. 10. 02] [게재확정 : 2014. 10. 17]